을씨년스러웠지만 옛 추억이 느껴졌었던 용산 산보기②

입력:2013-04-09 화

아는 척 하는 능력이 좀 더 있는 부류들이 삶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놨지만, 내가 느끼기로 삶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는 '삶=자기이익 획득의 전쟁터'라는 거다. 고로, 내 눈에는 용산 참사는 경찰 고위층의 자기이익과 �i겨난 세입자의 자기이익이 극렬하게 충돌한 결과일뿐이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세입자들의 돈욕, 본전욕과 경찰 고위층의 명예욕, 평화욕의 충돌~ 이러니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는 게 아닌 거다.

내 이익과 니 이익이 충돌하고, 니, 나 중에서 한 놈이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삶은 '하나 뿐인 나'와 '수많은 너들'과의 이익 획득의 전쟁터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도 양보하기 싫은 걸, 남이 양보해주기를 바라는 것만큼 도둑놈 심보가 또 있겠는가? 고로 살다보면 '수많은 너들'과 필연적으로 이익획득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건 당연한 거다. 이래서 "까짓거 손해 좀 보면 어때~"라는 초월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 아닌한 싫더라도 그 전쟁에 죽을 각오로 참전할 수 밖에 없는거다. 저게 빼도 박도 못하는 삶의 본질이다.(이런 내 주장에 시비걸 수 있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웅하하하~)

삶이란 본질적으로 이런 걸진데, 서로 피터지게 싸운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추려내, 우발적 사고의 원인을 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건 엄청난 망발의 행위이자, 참전용사를 개무시하는 행위인거다.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저런 야비한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는 게 문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고, 생각하는 병까지 걸려 있다 보니 저런 사건에 대해 어느 한쪽 편에 서서 반대편쪽의 사람에게 그 잘못을 전가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지 마음이 편하고, 지가 지 반대편쪽 사람보다 나은 존재로 느껴지니까.

세입자가 지키고자 했었던 가치에 자신을 연결시킨 사람들, 자기가 세입자인 사람들, 그리고 공권력에게 과잉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범죄자, 전과자도 이 부류에 속한다.) 국가를 비난하고 공권력이 지키고자 했었던 가치에 자신을 연결시킨 사람들, 자신이 집주인인 사람들은 농성자를 비난하는 것일 뿐이다.(이래서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 보수로 나뉘는 거리라.)

인간은 생각하는 질병에 걸려 있는 상태라 혼자선 못 살기에, 이렇게 스스로를 뭔가에 필히 연결시켜야 하고 그 연결이 주는 영향에 착 달라 붙어 있어야만 별 무리없이 삶이 살아가지는 동물인거다. 1편에서 한 얘기를 다시 하지만, 인간에겐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에, 어떤 연결이 끊어지면 그 연결이 야기시켰었던 소속감, 할 일등이 사라지게 되면서 그 상황이 그렇게나 우울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거다. 자기 계를 초월하는 사고가 가능하면 자기가 왜 그렇게나 우울해하고 고통을 느끼는지도 인지를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꽤나 드물더라.

이렇게 다들 어느 쪽에 서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비난의 대상이 달라지는 것일 뿐인데, 사람은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생성되는 편협한(?) 인식체계에 갇혀 살 수 밖에 없기에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할 수 밖에 없는거로다.

우히히~ 나도 득도를 해 내지 못했으면 "내가 이 계에 속해 있기에 그런 생각 밖에 못하는 것"이라는 걸 못 깨닫고, "저 주장을 하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똑똑해서, 더 양심적이서, 더 많이 알아서 그런거다"라는 병신같은 자가당착적 허접 우월감에 계속 빠져 있었을 거 아니겠는가? 타인에 대한 우월감을 획득하려면 열등한 것들, 평범한 것들은 결코 넘볼 수 없는 고차원의 것으로 획득해야지, 저런 허접스런 거는 품질, 지속가능성, 승산같은 게 낮을 수 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보면 자기에게 손해라니까.

그런데 재차 말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병에 걸려 있는 상태다 보니, 저런 허접한 거에 임시미봉책으로라도 연결돼 있어야만 삶이 살아가지는 거로다.ㅋㅋㅋ 허접한 거에 연결돼 있어도 나는 고급의 것에 탄탄하게 연결돼 있다고 믿으면 당장에는 고급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거니까.

용삼참사에 대한 가장 솔직한 표현ㅋㅋㅋ
어딜가나, 저렇게 을인 주제에 을의 본분을 망각하고 갑에게 깝치면서 극렬 저항하는 인간들이 있다.ㅋㅋㅋ(사실, 저 표현이 용산참사에 대해 내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거다.) 나도 이 비루한 삶에다가 극렬하게 저항해온 사람이니 저들은 나랑 같은 부류긴 하다. 하지만 나는 저들과 달리 이 궁극의 저항에서 승리했기에, 남은 삶을 그냥 처자빠져 지낼 수 있게된 이 홀가분함을 느끼고 있는 거다.

저들과 달리, 나는 극렬 투쟁의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었다는 게 대단히 감사하다. 물론, 내가 투쟁의 대상을 잘 골랐다고(?) 하는 게 더 옳은 말이겠지만 말이지.ㅋㅋㅋ 이 비루하고 초라한 삶이 그나마 나의 이런 투쟁욕구를 엄단(?)하지 않고 너그러히 받아주는 아량을 베풀어줘서 이런 흡족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거니 이 삶에게 대단히 감사해 할 수 밖에. 이런 아량을 안 베풀어 줬었다면 나 역시도 병신새끼, 열등한 새끼들의 전매특허인 우울, 칙칙의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을테니까. 안 그러면 불에 타죽은 이들처럼 인간의 예상을 벗어난 변수에 의해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했던가.

오른쪽의 가로수 자리가 용산참사가 벌어진 남일당 건물이 있던 곳이다. 옛날에 이 자리에 육교가 있었던 것 같은데 육교가 사라지고 횡단보도가 생겼다.

도로 공사 중이다. 공권력과 민간인간의 격렬한 이익충돌 현장을 그냥 묵묵히 지켜 봤었던 이 나무는 이 도로 공사에서도 살아 남을 운명인가 보다. 니미, 득도도 했겠다, 할 일 없는 상황이 가장 행복한 인간의 존재 상태라는 것도 깨달았겠다, 이러니 쥐뿔도 아닌 것까지도 이렇게 의미를 과잉으로 증폭시켜 그 느낌에 취하는 경우가 꽤나 많아 졌다. 상병신같을 정도로 감성적인 인간이 돼버리고 만거다. 천성산 도룡농 소송을 했었던 지율스님도 바로 이런 정서가 아닐까?싶다.(음냐, 지율스님에 대한 모독인 것 같은 느낌이... 하여튼, 이거 병이라니까. 쥐뿔도 아닌 거를 이렇게 과잉으로 느낀다는 게...)

어쨋거나 이렇게 6명이 사망한 곳이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은 흘러가고 있는거다. 민간인은 공권력에게 이렇게나 무기력하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나? 아니면, 인간 자체가 삶에게 무기력하다는 걸 방증하는 거던가. 내가 있든 말든, 죽든 말든 이 사회는, 이 나라는, 이 별은, 이 우주는 아무 일없이 잘만 돌아가는 곳인거다. 인간은 태어나버린 이상 저런 냉엄한 객관적 사실을 잊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열렬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로다. 인간이 할 일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면서, 그 할 일이 가져다줄 자기 이익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게 이뤄졌을 때의 성취감에 평생을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도 다 저런 이유때문인거고.

세입자들의 절규가 담긴 벽보가 붙어 있다. 내가 경찰이면 당장에 저 벽보들을 흔적도 없이 떼겠는데 왜 저렇게 놔뒀을까나?(시발 놈아, 경찰이 니처럼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인줄 아냐!!!) 떼내도 심야에 게릴라식으로 계속 붙여서 그런걸까? 접착력이 정말 좋은 강력 본드로 붙여서 그런 걸까나?

벽보 내용 중에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가 있다. 나는 체질적으로 삐대한 새끼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당신들만 사람이라고 주장하는가? 당신들 때문에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가난은 정신적으로도 인간을 파괴시키는 정말 비참한 것
자기들이 가난하다고, 가난뱅이는 절대선이고 부자들은 절대악이라고 부자와 가난뱅이를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편가르는 사고, 이거 정말로 잘못된 거라니까. 진정으로 돈의 노예가 된 사고방식인데, 강제적인('자발적인'의 반대말) 가난뱅이들은 평생 저런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부자들 중에는 사는 동안에 풍족함이 인간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를 깨닫고 '자발적 가난'이라는 기존의 자기가 걸어왔었던 길과 반대되는 삶을 택하는 이도 있지만, 가난뱅이들에게 '자발적 부자'라는 개념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늘 가난이라는 하나의 계에만 고착돼 살 수 밖에 없는거다.

온갖 물건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물질만능 주의의 이 세상에서, 물질적 측면에서 가난이 부자보다 안 좋은 거라는 걸 모르는 병신새끼는 없지만, 저런 고차원의 추상적 측면에서도 가난은 인간을 병들게 하는거다. 단, 극한의 가난 속에서 득도를 하면서 그 반대편인 부자의 계까지도 관통시켜내는 사람이라면(이름하야 득도자~)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궁극의 가난, 박탈, 소외라고 할 수 있는 내 자신의 죽음까지도 경험하면서, 인간 최저 수준의 바닥에서 최고 수준의 높이까지 양극단을 돌파해낸 인간이기에 초절정 엘리트들의 정서상태뿐만이 아니라 가난뱅이들의 정서상태도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잘 안다. 그렇기에 나는 가난뱅이들을 혐오, 경멸할 수 밖에 없는거다.(자신의 형편에 안 어울리는 과잉의 엘리트 기질이 흐리는 초절정의 변태들만 가능한, 진정한 자기 부정이로다.ㅋㅋㅋ 항문 섹스를 혐오하는 초절정의 변태 게이나 가능할 법한 정신상태.ㅋㅋㅋ)

한이 깃들어 있는듯한 절규
한이 깃들어 있는듯한 저 절규성 글귀들을---물론, 내가 오감(誤感)하고 있는 걸 수 있다.---보니 득도하기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전국구급 엘리트로 날았을지도 모를 내가 이 병 때문에 사실상 인생을 포기하고서 이렇게 초라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그 분노...

그래도 저건 좀 감당할 수 있었지만 태생적으로 게으르고 어벙한 열등병신새끼들하고 동일하게 취급되는 그 치욕감, 모멸감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었다. 저런 것들하고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얼마나 치를 떨었었고 원통해하고 통곡을 하고 분노를 했었었는지...(아, 시발, 다 과거사가 되었도다.ㅋㅋㅋ 저 때 입었던 정신적 외상은 득도로 거의 다 치유된듯 싶고, 잔존 상처는 과거를 망각하지 않기 위한 용도로 잘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저 세입자들은 자기의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저렇게 집단을 형성해 저항이라도 하지, 이 병은 나을 수 없는 병이라 저항도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 내같은 건설적 폭력성이 강한 인간에게 싸울 상대가 없다는 건 정말 고통 중의 고통일 수 밖에. 태생적으로 열등한 것들, 병신같은 것들이랑 동일하게 취급 받는 그 치욕감, 모멸감에다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건설적 폭력성을 뭔가에 열심히 쏟아붙는 인간들을 보면서 느꼈었던 그 위화감, 울분이란... 성실하지, 배부른 소리 안하지, 내가 하면 저 새끼들보다는 분명히 잘 할 사람인데... 아~ 속으로 얼마나 원통의 눈물을 흘렸었단 말인가!!!

강원래가 자신의 장애를 비로소 처음 인정하고서, 걸어가는 행인들을 바라 봤을 때 들었었던 기분이 바로 저런 거리라. 강원래도 하반신 장애인이 되어선, 자기가 정상인이었을 땐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던 여자의 남편이 된채로 살아 남아 있는 거 보면 참 용타니까.(인간은 혼자선 못 사는 동물이고 자기가 열등해지면 허접한 거에라도 자신을 연결시켜야만 한다.) 강원래가 태생적으로 그만큼이나 독한 놈이라고 해야 하는지, 뇌의 적응능력이 그렇게나 뛰어난 것이라고 해야할런지 판단은 안 서지만, 어쨋든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곳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도다.ㅋㅋㅋ

그래도 이건 분명하다. 강원래도 자신의 장애때문에 겸허함을 배울 수 밖에 없었다는 거. 나도 이 병때문에 겸허함만큼은 정말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니까.ㅋㅋㅋ 시발, 내 인생을 이렇게나 파괴시킨 이 병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엉엉,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감동의 눈물이 글썽이기도 한다니까. 확실히, 득도한 채로 늙어 가다 보니 병신같을 정도로 계집애같은 감성적인 인간이 돼 버리고 말았도다.ㅋㅋㅋ

휴, 어쨋거나 나 역시도 저 인고의 세월을 정말 잘 견뎌 왔도다. 저런 인고의 세월이 있었으니 이런 득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거고. 그 덕분에 나는 저 벽보에서 느껴지는 저런 절규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좋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의 생각으론 그렇다. 삶에다가 극렬한 저항을 하다가 저렇게 불에 타죽기도 하는 게 이 세상의 이치인데, 나는 득도를 이룩해냈지 않은가?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득도라는 이 궁극의 보상을 이끌어낸 내 자신과 이 결과물을 내게 허용해주신 이 우주의 천지신명님, 이 우주의 질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시발!!! 좆또!!! 

세계일보 건물과 시장이 있던 자리인데 다 사라지고 허허벌판이 됐다. 걸베이 생활할 때 일마치고, 밤에 세계일보를 읽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었단 기억이 있는데 말이지. 용산개발이 제대로 진척됐으면 저 곳이 허허벌판이 아니라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 있지 싶다. 주변이 같이 번창해야 집값도 올라가니 이 곳이 이렇게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건 저 시티파크 입주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는거리라. 그런데 괜시리 궁금해지네. 저 시티파크에 입주한 사람들은 그나마 일찍 건물이라도 지어졌기에 땡잡은 게 된건지, 용산의 부도 사태로 저들도 똥밟은 게 된건지. 

저 동네에서 가장 번듯한 건물이었던 중앙대 용산병원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는지 간판이 뜯긴 채 빈 건물로 서 있다. 을씨년스럽다.

반대편 병원 뒷쪽 길에 영안실 입구가 있었는데 옛날에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문상객인척 하고 밥이라도 얻어먹어 볼까?"라는 생각을 꽤나 했었더랬다. 워낙 쫄쫄 굶던 시절이어서.ㅋㅋㅋ 그 당시에는 뭘 모르는 미성숙한 젊음답게 "내가 서울에 와서 이런 의미도 없고, 돈도 안 되는 이런 병신 짓을 뭣때문에 하고 있나?"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저 때의 저 절대빈곤성 경험이 이 비루하고 초라한 삶을 버티는 데에 엄청난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더만.

병신같은 것들의 전매특허인, 관념상으로만 찌질대는 게 아니라, 현실 그 자체에서 초라하고 비루한 삶을 버텨내는 능력이 저 때 꽤나 획득됐었던 거다. 득도라는 최고의 결과가 도출됐기에 그런 거겠지만, 저 시절이 지금은 정말로 감사하다.

사진을 찍진 않았는데 도미노 피자 가게가 아직도 있다. 매장 안을 보니 20대쯤 돼 보이는 남자가 한 손에 피자비닐을 들고 계산을 하고 있다. 저 장면에서 묘한 생각이 든다. "아, 불에 타죽는 놈은 불에 타죽고, 이렇게 피자 사먹는 놈은 피자 사먹는 게 이 세상이고, 역시 이게 세상의 이치로구나"라는 생각.ㅋㅋㅋ 두 말 할 것도 없이, 불에 타죽는 인생보다는 피자 사먹는 인생이 돼야 마땅한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무지막지한 세상의 이치란 놈에게 "내 편의 좀 봐달라"고 하는 새끼가 있다면 그 새끼가 상병신 새끼인거겠지???

저 맨 끝터머리 집이 내가 자취했던 곳이다.(저곳에 몇 달 있다가 찻길 건너편의 재개발 지역으로 옮겼는데 거기는 다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섰더만. 시티 파크의 뒷쪽 지역.) 주인 아저씨는 2교대로 건물경비를 하던 분이었는데 지금도 저 집에 살고 있으려나?

70대 정도의 노인네가 저 골목길의 어느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곤 했었는데, 좁은 골목길이다 보니 얼굴이 좀 익고 나선 빤히 고개 들고 지나가기가 뭣해서 인사를 했었더랬다. 그 노인네는 아직도 살아 있으려나? 

카스 생맥주 충전(?) 회사는 아직 살아 있네. 자취방에서 나올 때마다 보던 풍경인데, 이 풍경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왼편이 군부대라서 여기는 발전이 없어서 그런 거리라. 겉으로 발전은 없어 동네가 죽은 것 같이 느껴지지만, 용산 부도 사태가 발생한 지금은 이렇게 군부대때문에 발전이 없었다는 거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이 꽤 있을런지도.

미8군이 서울의 도심을 그렇게 오랫동안 점령(?)하고 있은 덕에 그 영역이 아파트로 안 덮히고, 자연상태에 보다 가깝게 보존돼 올 수 있었듯이, 이 지역도 저 군대 때문에 개발의 광풍을 피할 수 있었던 거 아니겠는가? 물론, 지역이 슬럼화되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 그래도 용산 부도 사태로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찻길 건너편의 허허벌판보다는 이 지역이 더 나은 게 아닐까나? 특히 세입자로 사는 이들은 더 그렇게 느끼지 싶다.

이 가게도 아직 살아 있다. 변한 것도 하나도 없고. 비가 와서 자전거 타고 선인상가 바로 옆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 못 갈 때 이 가게에서 소주, 초코틴틴, 초코다이제 등을 사 먹은 기억이 있다. 횟수라고 해 봤자 두 어번 정도 밖에 안 될텐데 이 가게가 유달시리 그 추억을 자극하네. 허허벌판이 존재할 정도로 용산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다 보니 이렇게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잔존물에게 괜시리 과잉의 정서반응이 유발되는 듯.

용산역에서 터미널 상가로 통하는 길이다. 예전에 이 밑으로 지하철이 다녔을 땐, 사람들이 그렇게나 바글바글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썰렁하다. 내 마음의 상태가 이런 게 아닐까나? 삐대하게 보면 을씨년스러움이고 좋게 보면 여백의 미, 정갈함인거다.ㅋㅋㅋ 

터미널 상가 입구다. 예전에는 문 열면 개찰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지하철 손님이 바로 오는 체계가 아니니 사라졌더만.

터미널 상가로 들어와 바로 좌회전해서 화장실을 지난 장면이다. 옛날에 왼편의 저 가게에서 구형 오락CD를 산 적이 있다. 여기는 3층이고 바로 밑 2층의 한맥스톤 매장에서 센스5900RT노트북(그 당시에 중고로 100만원 주고 샀었던 거) 램업그레이드를 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노트북 판 새끼는 지금 잘 살고 있으려나?"라는 생각이 드네. 누나가 급히 쓴다고 해서, 누나 돈으로 내가 이 노트북을 급하게 산건데 이 새끼가 불량화소 없다고 해 놓고선 서울역에서 거래하고, 서울발 기차 안에서 켜보니 불량화소가 3개나 있더만. 누나가 급하게 필요한 거고, 내가 쓸 게 아니라 나중에 전화로라도 따질 생각은 못 했는데 말이지.

하여튼, "노트북을 훔쳐서 파는 놈인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하는 거에서 뭔가 찝찝한 느낌을 들게 했었던 놈이었다. 괜시리 사람의 가해욕구를 자극했던 새끼... 급하게 구하는 물건이 아니었으면 이런 새끼를 상대할 필요가 없는데... 아직도 그 찝찝한 느낌이 선하네.ㅋㅋㅋ 이래서, 좀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폭력사건에서 가해자에게만 100%잘못이 있는 경우는 잘 없다니까. 맞는 놈은 맞는 이유가 있다. 물론, 가해자의 잘못이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맞는 놈은 왜 자기가 맞는 상황에 처해지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내야만 그 맞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두드려 맞는 애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야 하는데 문명의 시각으론 저게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나진상가로 가는 길이다.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불황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터미널 상가는 셔터가 내려진 매장이 좀 됐었다. 용산역에 들어선 아이파크몰의 영향을 터미널 상가가 가장 많이 받고 있지 싶다.

예전엔 간판 있는 곳에 노점이 있어, 그 노점에서 컴퓨터 악세사리를 팔었었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이런거고 토, 일요일에는 노점이 차려지려나? 하여튼, 용산이 전반적으로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내 정서상태가 을씨년스러워서 모든 게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바로 밑인데, 역시 썰렁하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그 동네도 을씨년스러웠지만 용산전자 상가도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 정서 상태가 을씨년스러워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닌 듯...

여긴(나진 상가) 거의 변한 게 없네. 옛날 기억 그대로다.

휴대폰 상가 입구다. 사진 찍는 순간에 왼편 사장님이 딱 나를 향하길레 뜨끔하면서 쪼렸었다.ㅋㅋㅋ 내한테 와서 "사진 왜 찍는데요?"라고 시비걸라나?싶어서 말이지.(그런데 내가 잘 쫄아서 문제인거지, 내 인상이 좀 '한 인상'하는 편이라 실제로 내게 그러는 사람은 잘 없긴 하지만.ㅋㅋㅋ)

이런 상가를 보면, 다들 인터넷으로 휴대폰을 사는 세상인데, 저 양반들은 어떻게 먹고 사나?라는 생각이 든다. 쩝, 할 일없는 새끼는 맨날 이런 생각밖에 못 하는 거로다. 초라해져 버리고만 인간은 자신의 할 일없음을 이렇게 타인에 대한 괜한 염려, 걱정으로 채울 수 밖에 없는 거로다. 뇌는 할 일 없는 걸 죽는 것보다 더 싫어하기에 그런거다. 타인에 대한 염려, 걱정같은 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할 일없는 자신의 칙칙, 우울함을 중화시킬뿐만 아니라 자기는 선량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기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거다. 저게 바로 가장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찰할 때 느껴지는 마음의 본질이다.

선인상가의 내부다. 선인상가 맨 윗층이 식당가인데 거기서 밥배달 알바를 하루하곤 너무 힘들어서 때려�u다는 기억이 있다.(요즘 애들은 권리의식이 과잉으로 투철해서 인지, 아니면 그만큼 좋은 세상이라 그런지 저런 하루치 일당도 요구하는 추세인가 보더만.ㅋㅋㅋ 사실, 저런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다.) 이 병의 영향을 안 받을 때는 나도 힘 꽤나 쓰는 사람인데, 밥 쟁반을 한손에 여러 개 얹고 배달하는 거, 이거는 진짜 힘들더만. 밥배달에 쓰이는 힘은 노가다 힘쓰는 것과 너무나 다른거다. 기본적으로 손도 커야 하고 손목 힘과 손가락 힘이 진짜 세야만 가능한 일...

용산의 지하차도를 지난 직후다. 왼편의 저 가게가 옛날에는 땅콩같은 견과류를 파는 가게였었는데(땅콩을 1000원 어치는 안 팔았었단 기억이...) 갈비파는 가게로 바꼈다. 2층인가 3층에 자그마한 만화방도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리고 저 멀리 감자탕 간판이 있는 곳쯤에, 똥개 계열의 커다란 개새끼가 늘 처자빠져 있었는데 그 개새끼가 안 보인다. 세월이 거의 14년이 흘렀으니 보일리가 없긴하다. 그 개새끼는 생로병사라는 자연 법칙에 의거해 죽은 걸까나? 아니면 주인따라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서 여전히 처자빠진채로 지내고 있는 걸까나?

마무리
띠발, 공짜 서울산보 정말 잘 했네.ㅋㅋㅋ 이 새끼가 밥값도 준다고 해놓고 밥값은 안 줘서 속이 좀 상했었었지만.ㅋㅋㅋ 아, 지하철 요금도 안 줬네. 아휴, 인간이 왜 이리 쫀쫀해진다냐. 가난은 역시 죄악인걸까? 아니면 내 인간성이 문제인걸까? 그런데 좀 오래 걸었더니 무릎에 약간 무리가 와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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